어머님에 대한 아드님의 정성이 정말 지극하십니다.

정상압수두증으로 인한 치매이신 것 같은데
그런 경우 가끔은 수술(뇌척수액을 배출해주는)을 해서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합니다.
또한 이미 그런 가능성을 다 고려해 보신 거 같군요.

의료기관과 의사들에 대해서 많이 실망하신 것 같은데
같은 의사로서 변명을 하자면
보호자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일말의 가능성을 추구한다면
의사로서도 단정적으로 포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가능성이 적은 경우일 수로 경비가 많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좌절도 깊어집니다.

먼저 아드님께서 입장을 정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의 상태에 대하여 객관적인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하셔야 합니다.

시설에 어머님을 모시는 것에 대하여 거부감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십니다.
답변을 하는 본 상담의도 노인 시설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으므로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시설에 모시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시설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기계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반복되는 업무로 인하여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시설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치매 노인의 처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전문가이므로 가족들 보다 능숙하게 돌봐드릴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문제와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거구요.

또한 약물을 사용하는 문제에 있어서
약물이 치매를 역전시키지는 못하지만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불면, 불안, 배회, 정신병적인 증상 등을 조절하여
환자와 가족들을 편안하게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가족의 건강입니다.
가족이 편안해야 환자를 잘 돌봐드릴 수 있다는 겁니다.
무조건적인 희생만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많은 경비를 들여가며 많은 검사와 치료를 시도하셨는데
굳이 또 입원을 하여 재정적인 곤란을 초래하며
검사를 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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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6세 미혼 직장남성입니다. 형제자매는 없고, 노모(70세)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노모가 작년 머리를 크게 다치면서 힘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뇌가 위축되고, 또한 정상압수두증이 겹치며 고생하는 가운데 그럭저럭 한 1년여 버텨오시긴 했는데, 얼마전부터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치매증세가 무척 심해지고, 부축해서도 일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다리가 움직이질 않고, 소변은 거의 조절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집에 모시고 와 24시간 간병인을 두고 간호하고 있습니다.

그간 1년여 동안 병원만 5군데를 다녔고, 약도 꾸준히 복용하며 침술이나 한약도 병행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수술도 안되고, 특별한 약도 없고......전문의 얘기도 뇌 분야란 것이 아직까지는 치료나 개선보다는, 단지 나빠지는 속도만을 늦추는 정도라고 합니다.

이제는 병원이나 의사를 불신하게 됩니다. 병원이라는 낯선 콘크리트 철장에 갇두어 놓고는 마치 실험대상처럼 이런 검사 저런 검사로 환자를 힘들게 하고, 침대에 눕혀놓고 잠만 재우니 심리적으로 좋아질 수가 없죠. 그렇게 일주일 열흘씩 고생시킨 다음엔 특별한 대책도 없이 더 지켜보자고만 하니...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동안 병원비만 1000만원 이상...그럼에도 아무 성과도 없고. 우리나라 병원 의사들...친분관계나 소개로 아는 사람 아닌 이상엔 신경 안써주죠. 짐짝 취급에, 실험대상이죠...아니면 돈쓰는 기계로 생각들을 하는지...이 병원에서 찍은 MRI 가지고 가봐야 다시 찍자고 하고 (한방에 50만원하는 MRI 를 1년동안 3개 병원에서 6번을 찍음).

마지막으로 10월중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여 정밀검사를 할 예정이기는 하나, 전문의도 반응은 좀 회의적입니다. 치료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말합니다. 돈 깨지는 것도 문제지만 노모를 또 실험대상으로 그 생소한 감옥에 또 집어 넣어야 하는가 의문이 듭니다. 그간 경험으로, 병원에 입원하면 기력이 더 떨어지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아 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제 고민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선택안을 놓고 과연 무엇을 택해야 할지...

1. 경기도 교외 자연 좋은 곳에 있는 유료 노인요양센터로 모시기
* 비용 : 보증금 500, 월 150만원 + 기저귀 등 비용 (월 10만원) + 별도 복용약값 (월 25만원)
* 좋은 곳이 몇군데 있는데, 일단은 부모를 버렸다 라는 심리적 부담감을 떨치기 어렵고, 또한 그런 곳에서는 간병인 1인당 환자 4~5명 꼴이어서 특별한 대우를 바라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히려 환자가 침대에 누워 잠만 자는 걸 좋아하겠죠. 제 노모를 그렇게 대우하면, 아마도 몇달 이내 누운채로 몸은 굳어질 것이고 그런 상태로 5년이건 10년이건 식물인간처럼 목숨만 연명하겠죠. 더 최악의 상황은 입소시킨지 한두달만에 어떻게 되시기라도 하면 아마도 제가 그 죄책감을 견디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2. 집에 24시간 간병인을 두고 간호하기
* 비용 : 월 180만원 + 간병인 식비 (월 30만원) + 기저귀 등 비용 (월 10만원) + 약값 (월 25만원)
* 간병인이 1:1로 간호는 해주니까 안심은 되는데, 이런 일을 할 좋은 간병인을 찾기가 쉽질 않네요. 노모가 몸이 무겁고 하다보니 간병인도 많이 힘들어 해서 이번 한달 밖에는 쓸 수가 없습니다. 언제까지라는 기약도 없는 이 일을 쉽게 택하려는 사람도 많질 않구요, 있다 하더라도 짐심으로 성심성의껏 모실 수 있는 간병인은 참 드물더군요. 또한 제가 노모와 같이 살면서 노모의 나빠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3. 병원에서 다시 정밀검사를 받고 끝까지 병원과 의사에 의존하기
* 비용: 한번 입원해서 검사하는데 약 10일간 약 500만원 + 이후는 ?
* 이런 곳에 가서 정말 기적처럼 좋은 방법을 찾는다면 좋겠죠. 안 되더라도 일단 우리나라 최고 병원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위안을 삼을 순 있을 겁니다. 하지만 또다시 병원의 형식적인 이런검사 저런검사로 고통을 드려야 하고, 또 결과도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보니 선뜻 마음이 가질 않습니다. 더구나 그 병원들엔 아는 의사도 없고, 따라서 가봐야 찬밥신세 정도일 것이고 실험대상밖에는 안 될 것 같습니다.

4. 제가 직접 모시기
* 비용 : 기저귀 등 비용과 약값 외에는 특별히 안 들겠죠 ?
*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회사 그만둬야 하고, 제 인생 다 포기해야 될 겁니다. 얼마전 요령도 없이 힘만으로 무거운 노모를 일으켜 세우는데 저 역시도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했는데도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제 효심이 부족한 탓이겠죠. 더구나 대소변 처리도 쉽질 않고... 비용 절감만을 위해서 이 방법을 택하는 것은 무리일 듯 싶습니다. 또한 노모의 상태가 10년 이상 간다면...

친척들은 1번 방법을 택하라 합니다. 저라도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죠.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36년을 같이 살아온 노모를 그런 곳에 버린다는 것이 효심을 떠나 양심에 무척 걸리는 군요. 더구나 그런 곳에 가서 노모가 홀대받고 하루종일 침대에서 멍하니 천장만 보는 산송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마도 제 남은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노모의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몇개월일지..몇년일지...10년 이상 갈 수도 있겠죠. 지금 겨우 1년 좀 넘어섰는데 제가 벌써 지쳐갑니다. 빚도 지기 시작했고, 회사일도 크게 무리가 따르기 시작합니다. 노모가 남은 시간들을 건강하게 보내신다면 더할나위없이 가장 좋은 일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과연 제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어쨌든 어느 쪽으로건 선택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싯점입니다. 어는 쪽이건 후회와 미련이 따를 수 밖에 없을 것 같구요. 어느 방법이건 제가 불효를 저지르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일이죠. 좋은 조언을 기대합니다. 중구난방으로 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